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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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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정치위해 여야 가합의안 수용해야
힘으로 남을 굴복시키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모자라서이고

덕으로 남을 굴복시키는 것은 마음이 기뻐서 저절로 복종하는 것이다(맹자).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굳고 강한 것을 이긴다(노자).



현 정부 출범후 늘 소통정치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언제나 부족한 것은 소통이었다.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부족으로 광우병 허깨비한테 정부초기 권력정착기 내내 휘둘리다가 힘겹게 안착했다. 집권 여당도 야당과의 소통을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한미 FTA비준안을 상정시킨 결과 야당의 국회의장실과 본회의장 불법점거를 초래하였다. 야당도 정치적 이유로 82일이나 늑장 개원에다 예산 처리시한도 넘기는 등 헌법과 국회법을 지키지 않고 있어 상시국회 등 국회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나라당의 단독 한미 FTA 비준안 상정으로 빚어진 여야 국회 충돌은 세계인들에게는 경악을, 우리 국민에게는 비통함과 자괴감을 안겨 주었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때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려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못했기 때문에 상정 그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만 한미FTA 단독 상정문제와 여야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부족 문제는 먼저 점거 농성을 풀고 토론회, 공청회를 통하여 국민과의 대화로 여당을 압박하여야 한다. 여당도 직권상정 카드는 버리고 야당과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려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임시국회는 국회 단독상정과 불법점거를 한 여야가 모두 사과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나 미디어법은 협의ㆍ처리하도록 미루고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민생관련법만 통과시키는 것이 수순이다. 국회가 더 이상 파국을 맞지 않도록 여야는 지금이라도 서로 양보하여 농성을 자진 해산하고 여야 가합의안을 수용하도록 한다.  



실제 한미 FTA 안을 보면 자국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비준후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칠 한미 FTA 관련 자국법을 미국 의회의 동향을 보면서 어떻게 고치느냐가 중요하지 비준 동의안 상정자체는 관련법안 손질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각 주마다 법이 다른 만큼 한미 FTA 관련 미국 국내법을 모두 연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한미FTA 발효시 한국 상품의 수출에 영향을 줄 미국 국내 관련법을 철저히 연구함과 동시에 미국상품과 서비스 수입으로 영향을 받게 될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양국간 관세양허표 작성과 우리나라 관련법 개정에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도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을 확실히 짚어서 자국 관련 산업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압박한다는 한나라당의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우려되는 바는 현재의 한미 FTA 전문을 보면 미국은 각 주를 독립적 지방정부로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지방정부가 없다고 되어 있다. 현재 추진중인 제주 특별자치도도 포함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의 광역시, 도 정부가 자치적 지방정부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점은 짚어봐야 할 조항이 아닌가 한다. 지방정부가 조례 제정권을 가진 독립적 정부로 인정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차이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 FTA 전문을 보면 양국이 자국법을 변경할 시에는 양국에 사전 통보하는 것을 명문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정부가 독자적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면 조례로 지방정부의 입법 역량에 따라 관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을지 여부도 꼼꼼하게 검토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 입법권 조세권을 지닌 명실공히 지역정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지방분권도 빨리 촉진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려면 여야가 밤을 새고 연구하고 상시국회를 열어 토론하고 협의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한미주둔군협정(SOFA), 한일어업협정 등 여타 협정에서 관련 자료에 대한 연구부족으로 불리한 협정을 맺은 것이 많다. 국익을 위해 관련 협정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토론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야당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주로 반대로 일관하고  여당은 직권상정 등 야당의 높은 반대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절차적 문제로 주로 고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여당은 권력의 거수기, 야당은 권력전횡을 막는 전사로서 국익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었다. 협정을 비준하기 전 제대로 지적하여 수정하고 협상한다면 국가 대 국가로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정을 맺을 리 없다. 지금까지 순환근무로 인한 해당부처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과 비준을 책임질 국회가 연구를 철저히 안 한 결과 우리가 불리한 점을 지적 내지 보완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아쉬운 점은 2007년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최초로 상정하려고 시도한 민주당이나 이번에 상정한 한나라당 두 당 모두 이러한 협정조항에 대한 문제 발생 소지 여부에 대한 연구와 토의보다는 상정시기 등 절차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부 창출을 위해 정책 활동을 통한 국가경영을 의미한다. 정치(politics)의 영어 원뜻은 ‘현명한’과 ‘술수를 부리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있다. 이 말은 정치란 하기에 따라 현명하게 할 수도 있고 술수를 부릴 수도 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두 얼굴을 가진 정치를 술수를 부리지 못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은 언론과 국민의 적극적 감시이다.



일부 한국 국민과 외국 언론 중에는 망치 국회의 책임이 한국 국회의원의 자질이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로 말하지 않고 폭력이나 점거 등의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국회의원을 리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원들의 극한적 행동은 국회에 입법적 소수를 배려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입법적 소수를 배려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의회주의의 귀중한 유산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국회의장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장은 다수당의 다선의원이 추천되어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선출된다. 집권당이 다수당인 경우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통치를 합법적으로 도와줄 사람으로 국회의장을 생각하고 있는 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존재할 수 없고 야당도 국회의장을 정치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압력을 거부할 자율성을 국회의장이 가지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해야 할 만큼 위험 부담이 따른다. 다음 선거의 공천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적 압박에 못 이겨 여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다보면 유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아 공천되어도 낙선되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국회의장 자리를 정계 은퇴 전 회전의자이자 정치 원로를 위한 경로석쯤으로 생각하다 보니 국회는 개혁되지 않고 행정부의 아류로서 국회 위상이 낮아지지 않았는지 국회 스스로가 자문해 봐야 한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회의 존엄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영국처럼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면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도록 의장의 임기를 자동으로 보장해 주거나 스위스처럼 각 당이 돌아가면서 1년씩 의장을 하도록 한다거나 다수당이 하는 경우 스웨덴, 덴마크처럼 의원내각제나 대통령제의 경우 미국과 같은 양원제 도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원들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의장으로 선출되어야 자기를 뽑아 준 의원들의 입장을 의장이 최대한 반영할 것이고 야당도 국회의장의 중재적 조언을 존중할 것이다.



정치적 양심을 가진 의장이라면 여와 야와 국민을 모두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장이 당연히 권력의 압박에 의한 직권상정보다는 적극적 직권중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폭압정치, 반대정치의 구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장에게 자율성과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이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여야가 국회의장의 권위를 존중하여 국회의장의 중재적 명령이나 제안을 수용해주고 언론이나 국민도 이를 성원해 주어야 한다.



현 국회난항을 해결하기 위해 여당이 힘이 있는데 왜 경호권 발동하지 않고 직권상정을 하지 않느냐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구 정치 원로들의 조언은 한국 정치발전의 독소이다. 이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회주의 실현과 국회 권위 회복을 위해 모두 변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정치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렵지만 끈질기게 노력하는 합리적 정치인을 높게 평가하여야 한다. 여야 모두 자당의 입장만 끝까지 고수하고 불법점거와 경호권 발동 등 물리적 힘으로 의회를 장악하려는 소수 강경파들의 의회주의 파괴를 경계해야 한다. 국회는 늘 이들 강경파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훼손되고 지금도 변함없이 의장에게 토론과 합의가 아닌 물리적 힘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국회위상 추락과 더불어 국익손실과 국회파행을 가져올 뿐이다.



언론도 변해야 한다. 여야 합의안을 존중하고 수용하라는 방향성 제시로 옳은 길로 유도하지 않고 강한 여당이 끌려 다닌다고 비판함으로서 절차적 합리성보다는 힘의 논리로 여당을 자극하고 대화와 합의를 통한 정상적 절차를 강조한 국회의장을 유약한 리더십으로 매도하면서 입법전쟁 운운으로 여야간 전투를 부추기고 있다.



국민들은 각당 원내 총무들이 오랫동안 힘들게 협상해 온 가합의안을 당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한 최고위원회와 의총을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타협과 합의를 존중하는 의회주의는 원내총무들의 가합의안을 각 당이 존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절대 양보 불가‘가 바로 의회주의의 적이다. 새해에는 여야간 웃음과 대화 속의 토론 국회, 합의 국회, 상시국회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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