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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귀순

제목	권력교체기 지역이 안 보이고 여성도 안 보인다

2008.3.25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오랜만에 사이좋게 서로 흠집내지 않고 따라 하기조차 하면서 행동의 일치가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계파 챙기기에 급급해 여성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여성부폐지 등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느 총선보다 없었던 이 시점에 민주 정치발전의 바로미터인 여성정치인 30% 지역 공천에 대해 지역 단체든 중앙 여성 단체든 선거때마다 공천리스트까지 만들어가면서 요란했던 총선 연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선 때 많은 여성들이 여성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적극 지지하였던 한나라당 박전대표가 비례대표까지 공천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에는 자파 공천 탈락자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선거후 대권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현 대표의 책임을 물어 당권 도전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을 뿐 여성 공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한나라당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 정치인 30% 공천은 권장사항일 뿐이다. 여성 후보자의 비율은 11.8%(132명)로 집계됐다. 이는 17대 총선 때의 5.6%(66명)에 비해 6.2%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여성 정치인을 위한 정부보조금이 30% 공천 정당에게 주어지지 않고 5% 공천 정당에게 지급하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보조금 여성 공천 비율을 30%로 높이고 정부 보조금도 상향시켜야 각 당이 여기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지역구에 17명을 공천하여 5%를 채웠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았고 통합 민주당은 지역구에 13명을 공천하여 보조금을 받기 위해 여성 몇 명을 더 채우려고 하였을 뿐이다. 5% 공천 보조금 지급에 관한 법을 고치지 않는다면 각 정당이 여성 30% 공천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여성 공천율 7.3%).

   한마디로 말해 18대 총선은 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 모두 양성평등정치 실현을 위한 의지와는 무관하였고 권력교체로 인한 계파 바꾸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의 대표나 사무총장 등 주요 요직에 여성이 없을 뿐 아니라 여성성이 없는 전대표나 여성 정치인들이 제 계파나 제살길만 찾지 전체 여성의 파이 확대에는 관심이 없었다.

   각당 여성팀장도 자칭 여성등용의 전반적 확대라는 책무소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각 당의 여성국장이나 여성팀장은 전국의 여성 인재 풀을 만들어 정부 요직 적재적소에 여성들을 추천해야 한다는 업무를 당에서 맡기면 좋을 것이다.

   정당의 여성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당여성들이 자신외에는 철저히 외부 여성 인재 영입을 차단하거나 역으로 외부 여성 흠집내기로 여성인재가 사장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 정치인 확대를 위해 여성 각자가 또는 여성연대가 노력해야 하지만 여성정치인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정치인 중에는 오히려 남성 정치인보다 더 보스 정치, 계파 정치에 매몰되거나 이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퇴행적 행보를 하는 정치인도 있다. 또한 국정과제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지역구 친화적, 주민 친화적 생활정치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 기존 여성 정치인들의 태도 때문에 지역구 여성의원의 확대를 각 정당이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있을 수 있으므로 현 여성 정치인들은 후배들을 위해 모범적 의정활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이 진행되는 초기에는 중앙권력의 지방분점으로 인해 지방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지방분권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여성 정치인수는 정치발전 임계치인 30% 이상으로 증가되어야 한다. 지역구의 일정 몫을 배분하고 나머지는 비례대표라도 채워 넣어야 하는데 수도권외 지방의 지역구는 아예 기성 여성 정치인외의 여성 신인 등용문에 빗장이 걸렸다고 느낄 정도로 처음부터 폐쇄적이었다. 비례대표도 지역안배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경우 취약지역인 호남의 전국구 다수 배정을 한 것일뿐 지방출신 서울 거주가 대부분이다. 직능대표나 단체 대표들이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는 까닭이다.

   권력이 집중되던 왕조시대에도 현명한 임금은 주변에 아는 사람만 등용하지 않고 천하에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삼고초려까지 하면서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지역 인사의 아이디어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물며 권력의 분점화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에서 인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발굴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새정부는 내각구성과 비례대표공천 모두 지방과 여성을 보지 않았다.

   지역구에서 배제되고 전국구에서도 소외된 지방여성의 국정참여를 증진하기 위해서 지방여성국정참여증진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방여성의 국정참여는 중앙에 진출해 있는 정치인들의 무관심으로 여성정치참여의 장이 좁아지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최대 과업으로 여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국정 파트너가 될 통합민주당은 현 단계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단초가 유휴 여성인력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이들이 국가 생산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는 것을 함께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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