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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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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유치 신사협정 필요하다
2011.2.21

       지자체 혈세낭비 국책사업 유치전 즉각 중지하고 신사협정 맺어야      
      -대통령 선거공약 방법과 공약처리 과정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 필요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전)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김 귀 순



동남권신공항과 과학벨트 입지선정 문제가 3월말에서 상반기 중으로 늦춰짐에 따라 지금까지 과열로 치달았던 유치희망 지자체의 향후 태도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 유치를 둘러싸고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금싸라기 지역예산을 펑펑 써 오면서 주민동원, 기업 동원, 상대방 비난 네거티브 홍보 등으로 지역간 감정대결이 극도에 달하고 있어 유치전을 즉각 중단하는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에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든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다든지(영남 민심 봉기) 등 객관적 검토에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 극한 언어를 사용하는 선동성, 압력성 유치운동은 이제 그 깃발을 내릴 때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책사업의 경우 공청회시 서면의견 제출외의 군중동원ㆍ현수막 ㆍ서명 ㆍ광고 지자체는 입지 선정시 가중치 감점 부가 등 국책사업 입지선정의 새로운 관행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09년- 2010년) 신공항 유치를 위해 관련 5개 시ㆍ도가 사용한 주민 혈세만 무려 26억 3천만 원에 달한다(연합뉴스, 2011.2.18). 재정구조가 취약한 지자체가 쌈지 공원, 도심 복원이나 일자리 창출, 주민복지 등 생산적 일에 사용해야 할 금액을 유치홍보에 쓰지 않았나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지자체를 나무랄 수만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가서는 안 될 일이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즉각 국책사업 유치전 중단을 지자체에게 촉구하고 신사협정을 위한 중재노력에 나서야 한다.

모든 지자체들이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국정을 책임있게 운영해 나갈 수 있겠는가. 우리도 이제 냉철하게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는 민주주의 발전의 공공의 적이다.

말로만 민주주의한다고 하지 우리의 정치문화는 아직도 왕조시대의 유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왕적 리더십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를 요구하는 자기모순에 빠져있지나 않는지 자성해 볼 때다.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의 폐해가 심각하므로 권력분점이 필요하다는 말을 흔히 들어 왔다.  대통령 공약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의 결정사항이 아니고 입지 선정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힌 대통령에게 약속 안 지키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바로 정치인, 언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등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렇게 본다면 삼권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에게 개헌을 발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것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한 공약사업의 선정주체를 왜곡하고 해당 지역 주민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사회통합을 해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 의해서 모든 안이 만들어지고 모든 일이 진행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치 지도자의 언어는 사회질서와 국가운영의 방향타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는 대통령이 약속했으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면 한마디로 국가경영에 대한 민주적 리더십과 민주적 거버넌스 정치문화 이해가 부족하다는 질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은 사인간 약속에서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국가경영은 다르다. 막대한 국고가 소요되는 대통령 공약은 사안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독자적 선정위원회를 두어 그 위원회가 정부와 협의하고 그 타당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다. 위원회가 지자체와 지역 주민, 이해 당사자 등의 의견을 들어 보고 안을 만들어 소관 부처에 제출하면 소관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 편성을 하고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참으로 복잡하고 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공약사업이다.

예산 규모가 큰 국책사업은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국가 장기 발전 계획으로 전략적으로 더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모두 검토하는 등 검토에 검토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이행되어야 하고 만약 이에 대한 확신이 안 서면 과감히 포기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맞다. 이것은 공약자체에 대한 무조건적 신의나 신뢰보다 국익이 더 우선되어야 함을 말해 준다.

선거전에 약속했으니 무조건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느 지역이 양보하겠는가! 어느 후보가 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모두가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사업을 구상하여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하고 표로 심판하자면서 모두 뛰지 않겠는가. 또한 후보마다 더 좋은 공약 선물보따리를 주민들 앞에 푸는 모습으로 표를 구하러 연단에 나선다면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을 후퇴시킨다. 후보들이 경선을 거쳐 지명된 후 짧은 시간에 나라살림에 대한 연구와 지역연구 및 지역사업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깊었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선진국은 대통령 선거시 특정지역에만 해당되는 지역공약은 하지 않고 국민전체에게 해당되는 공약만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고속철 사업을 해서 온실가스를 몇 퍼센트 줄이고 자동차 의존문화를 바꾸도록 하겠다는 선에서 공약을 한다.

오바마는 지역마다 다니면서 자신을 당선시켜 주면 고속철 사업을 이 지역에 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았다. 고속철사업은 각 지방정부가 대통령 후보 공약에 맞추어 각자가 재원과 지역여건에 맞는 고속철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면 이를 적극 검토해서 우선순위를 평가해서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 캘리포니아 어느 지역에서 고속철 사업이 먼저 진행될지는 전적으로 지자체와 지역의회의 추진속도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 사업대상자가 캘리포니아가 먼저 될지 뉴욕주가 먼저 될 지는 대통령도 모른다. 이것이 선진국의 대선 공약이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 공약방법도 바뀌어야 하고 대통령 공약에 대한 국민인식도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가 내실화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정책결정을 위한 결정권과 최소한의 자주세원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개헌을 통해 현재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지자체의 기능과 위상, 조직과 업무 배분 등을 다른 나라처럼 헌법에 보장하는 입법적 지지도 필요하다.

현 시스템과 법률하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국책사업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지자체만 책망할 수만은 없다. 모든 자원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자체는 중앙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국책사업이나 국제 스포츠 유치 행사에 전력을 다하는 경향이 있다.  

국책사업의 경우는 지역 전략산업이 하나 더 생기니까 좋은 것이지만 국제 스포츠유치는  
그야말로 세금을 일회성 행사와 그 준비에 쓰게 되는 등 문제가 있다.

물론 스포츠 유치를 통해 도시 환경이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린 올림픽이 그 한 예이다.  특히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해 일부 도로 및 공원 조성 등 인프라 여건이 좋아지고 애국심 등이 살아나게 되는 등 개최지의 환경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지속가능성을 본부 차원에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잉유치로 흐르다 보면 실제로는 긍정적 효과보다 주민복지나 기타 지역발전에 쓸 돈을 유치 총보비에 쓰고도 유치가 안 되거나 정작 유치되더라도 소모성 스포츠 행사에 그치는 그야말로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국가 차원의 개최 빈도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혈세를 쏟아 부어 경기장을 지어도 국민들이 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하므로 국민생활 건강은 향상시키지 못하고 경기장 유지비에 국민혈세를 또 다시 지출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캘거리, 나가노, 애틀란타 등)

우리나라 GDP 규모와 국제 스포츠 유치 행사 횟수를 비교해 보면 스포츠 과잉유치국이다. 동계 및 하계 올림픽, 아시안 게임과 같은 대형 스포츠는 몇몇 손에 꼽을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로 끝난다. 끝나고 나서도 그 도시가 존재하는 한 경기장 유지비용 지출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 주지 않기 때문에 만성 재정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는 등 개최후 지역발전이 더 낙후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IOC가 반드시 경기장을 사후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경기장 활용 포스트 게임 전략을 제시하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유치해 오면 모두 돈을 대주는 사후 결제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이를 교통정리하는 적극적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2007년 인천 아시안 게임이 빈혈성 출혈경쟁을 통해 유치된 뒤 동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총회의 분위기를 보면 한국에 스포츠 행사를 너무 많이 몰아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일부 IOC 위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던 것도 201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원인중 하나일 수 있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책사업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공정하게 결정한다고 하니 해당지자체와 주민은 이제 유치홍보는 중단하고 본래의 업무로 복귀하여 조용히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고 그것이 전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하는 만큼 우리는 정부가 당파적, 지역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공정하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합법적 절차에 따른 평가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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