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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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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주권수호
The test of a first-rate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hold two opposing ideas in the mind at the same time(F. Scott Fitzgerald).
  

2011.11.3

                     FTA와 주권수호

                   -주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는 헌법이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김   귀  순



한미 FTA 국회비준이 ISD(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원내 대표가 선 비준후 ISD 재협상을 조건으로 합의하였지만 무산되었다.

문제는 ISD뿐 아니다. 통상협정 비준이후 개정된 법률은 FTA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한 것이 근본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생각한다. 통상협정은 원칙적으로 무역완전 자유화를 전제로 한 로드맵이 그 토대가 되어 있지만 모든 국제법규와 조약이 그렇듯이 상호호혜와 주권 존중이 그 기반이 된다.

원론적 비전의 공통된 인식하에 협정의 세부 이행전략은 기간, 방법, 과정 면에서 양당사국이 상호 협의해서 수정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는 것이 일반적인 국제관행이다. 당사국중 어느 하나라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영향을 받을 경우를 대비하여 취할 수 있는 인도적 조치인 세이프가드가 그 한 예이다.

모든 나라가 자체 국익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이익의 균형점을 찾아서 이해 충돌 사항을 적시해 놓고 서로가 합의를 존중하면서 쌍방의 발전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방적 손실이 예상될 협정이라면 그 합의는 호혜에 바탕한 국제 합의의 정신에 위배되므로 원천 무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의 반대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소홀히 해 온 것이 없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국민들의 반대도 이해할 만하다. 역대 우리 정부가 체결한 조약이나 협정, 예를 들면, 한미행정협정(소파협정), 한일어업협정 등 대부분이 주권수호의 헌법 정신을 위배한 불평등 협정이다.

우리는 조약 등 국제법규의 위상을 헌법에 잘못 명문화해서 국내법을 약화시키고 우리 스스로 주권을 침해당하는 것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장 총칙 6조에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라고 되어 있다. 통상협정보다 국내법이 우선되려면 우리 헌법 제 6조를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에서 합의된 ‘통상조약 절차 및 국내이행 법률(이하 통상절차법)’은 국제규범상 허용된 국내법이 한·미 FTA 조항과 충돌할 때는 국내법이 우선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가 통상협정의 기본계획과 추진계획·중요 진행상황을 국회 및 소관 상임위에 즉각 보고토록 하고 통상조약의 어떤 규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주권과 권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혹자는 이 법이 있으니까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통상절차법이 담을 수 없는 타 법률이나 명령, 조례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헌법 6조를 개정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헌법 ‘제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고려해 볼 때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가 현행 헌법을 위배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영토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협상의 여지가 있다.

헌법 개정의 당위성에 대한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내법적 지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국내법과 조약은 헌법에 합치되는 선에서 제정되고 체결된다. 우리의 주요 FTA 파트너인 미국과 EU는 국제관례대로 통상협정이 국내법보다 아래에 있다.

미국은 국내법에 어긋나는 FTA 사안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FTA 조항을 지키기 위해 국내법을 수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내법의 위상이 강화되어 있다. 미국 쪽 이행법안은 제102조 에이(a)항에서 ‘미국 연방법과 충돌하는 한-미 협정의 규정이나 적용은 효력이 없다’, ‘협정과 어긋난다고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을 무효로 선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3개의 법률이 개폐되어야 하고,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도 FTA 협정문과 일치시켜야 한다. 또한 심하게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 법령이 협정문과 배치되어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관련 손실을 배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한·미 FTA의 모든 내용에 법률로서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제 21조 (통상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다. 현 한·미 FTA에는 법률 사항 이외에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규정할 사항이 섞여 있다. 1항의 ‘통상조약의 이행에 필요한 법률’도 그 표현이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국회가 한·미 FTA와 함께 적용되는 법령과 상충되는 법령 등을 심의하고 난 뒤에야 한·미 FTA가 효력을 발생하도록 절차적으로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 최상의 법규범이며, 한 나라의 모든 법규범은 이 헌법에 합치되어야 하고, 모든 권력 또한 헌법에 위배되면 안 된다. FTA 등 통상조약도 헌법에 합치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한미 FTA에 FTA 이후 제정되는 어떠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은 일반 법률을 말하는 것이지 국가의 최상의 법규범인 헌법의 적용까지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여러 위협요소를 미연에 방지하고 미래의 제 3국과의 FTA 체결을 대비해 헌법을 개정하여 조약과 국제법규를 국내법보다 하위에 두고 통상절차법에 이어 통상이행법 제정도 함께 하여 관련 피해 발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 주권도 지키고 헌법에 보장된 경제민주주의도 지켜야 한다. 한미 FTA는 철저히 ‘네거티브 리스트(사전 금지조항)에 따르고 있다. 통상협정에 명시된 이외의 사항은 전부 적용되는 무차별적 성격을 띠고 있어 손익이 정확하게 비준 전 모두 예측될 수 없다.

FTA로 인한 난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헌법 제6조를 개정하는 개헌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는 비공식적으로 기고를 통해 여러 차례 개헌의 시급성을 언급하였다.

FTA 등 통상조약과 관련지어 국익을 생각하고 주권을 수호하려면 헌법을 국내법이 우선되도록 개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조약이나 기타 국제법규의 적용으로 인한 일방적 피해가 발생할 때에는 국제 관행대로 국내법을 수정하여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EU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EU의 국익도 보호할 겸 2008년 유럽항공운항지침(EAD)을 개정하여 2012년부터 EU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사들에게 ETS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ETS는 항공기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말하며 이 제도가 실시되면 각 항공사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한 뒤 배출 상한선을 초과하는 항공사는 다른 항공사에게서 배출권을 사거나 EU에 추가 할당량을 구입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항공사들이 "ETS는 주권침해이자 국제항공 조약에 어긋난다"며 제소했지만 ETS가 다른 나라의 주권이나 국제법으로 보장된 운항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판정이 나자 미국은 금년 10월 하원에서 자국 항공사에 ETS를 강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EU의 미국 항공기 ETS 적용을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  



현 헌법에는 가족가치와 성평등, 생명권, 다문화 사회, 기후변화 등이 기본권에 재정립되어야 한다. 기본권의 모든 조항의 적용이 ‘국민’에 제한되어 있어 국민이 아닌 외국인(외국법인)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언급 등 기본권에 대한 수정과 미래 지향적 의제에 대한 조항이 추가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 하위 조직을 관할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 등 지방자치의 헌법적 구현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정치비용을 줄여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방행정체제개편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편안을 만들어 시행하려 할 경우 지자체나 주민의 반발로 헌법 소원이 예상될 수 있다. 국가적 과제인 지방행정체제개편시 헌법 소원의 남발을 막으려면 자치단체 층계별 조직, 구성, 기능과 권한 배분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헌법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

현 헌법은 꼭 필요한 조항이 누락되어 있는 데다 그 표현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는 관계로 우리나라는 타 선진국에 비해 헌법 소원이 매우 많은 편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헌법재판관의 국가 가치‧ 철학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등 헌법정신의 일관성이 시험되고 있다. 심지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의 가치 판단의 차이로 정권이 바뀌면 동일 사안에 대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권해석이 가능한 조항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헌법 해석의 자의적 요소를 줄여야 한다.

국가도 생명체이고 그 생명체를 최고관할 통치하는 기본법이 헌법이기 때문에 헌법도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적 요구가 있을 때는 자주 수정이 되고 있는 것을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의정치가 안정되어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한다. 헌법개정시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국민에게 의견을 반드시 물어야 하는 사안에 국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토문제나 권력구조 개편 등이 국민투표 사안에 해당될 수 있다.  

이 번 개헌은 헌법에 윤리적 인격을 부여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주권 수호의 힘을 실어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헌법이 더 이상 손 볼 것이 없는 완결판이라고 주장하는 헌법학자들이나 현행 헌법을 지금은 고쳐서는 안 된다고 하는 진보주의자들도성평등, 다문화, 기후변화 등 기본권과 통상협정, 지방자치, 지방대표성 확대를 위한 양원제 도입 등 시대적 당면 과제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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